본 책은 전개 방식이 독특하며, 내가 일지를 서술해나가는 화자가 된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즉 본 소설의 전개 방식은 연쇄살인범인 한 화자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리면서, 일지를 작성해 나간 형식이다.
본 책의 극 후반부에 가서야, 화자가 일지에 서술한 내용들이 철저히 자신의 상상에 기반한, 즉 교통사고가 나기전, '은희'라는 아이를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요양보호사 은희'를 그 아이와 동일시시켜, 죄책감을 해소하려고 자신의 망상들을 적어 내려 간다. 화자는 죄책감은 약한 감정이며, 자신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오로지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 즉 수치심만을 느낀다고 상상하였으나, 결국 화자는 죄책감에 심하게 시달려, 화자가 일지에 서술한 내용의 세계를 살고 있었다.
참으로 독특한 소설이며, 가볍지가 않다. 그만큼 저자의 의식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도 이러한 소설가가 있다는 것이 새삼 대단스럽게 느껴진다. 이러한 경험, 즉 내가 화자가 된 것만 같은 경험, 그러한 경험 속에서, 느끼는 감정, 생각들이 대단히 오묘하며, 나를 몽상의 상태로 데려간다. 참으로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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