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책은 이전 책인 ‘매스매틱스 1’과 마찬가지로, 수학사 중, 특정 시대의 역사를 기반으로, 저자의 이야기를 덧씌워나간다. 본 책에서는 고대 중국의 삼국시대 중 위나라 수학자인 ‘유휘’라는 인물의 시대와, 알렉산드리아 대학의 교수로, 알렉산드리아에서 주로 활동한 여성 수학사, ‘히파티아’라는 인물의 시대에 대해서 다룬다.
‘유휘’라는 인물은 대전란의 시대에 위나라에서 활동했던 고대 중국의 수학자이다. 그가 남긴 대표적인 저서로는 구장산술 주해본이다. 즉 이전에 이미 쓰인 구장산술에 주석을 첨가한 책으로, 오늘날의 구장산술의 형태를 띠고 있다. 구장산술 주해본은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본 책에서는 4개의 장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즉 제9장에서는 구고현의 정리에 대해 다루는 데, 이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내용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또한, 제8장에서는 호승상소법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이는 오늘날의 가우스소거법의 첨가행렬의 내용과 동일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가우스소거법의 첨가행렬은 왼쪽부터, 행으로, x, y, z 등의 변수의 계수를 나타내고 있으나, 호승상소법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또한 위에서 아래로, 즉 오른쪽부터, 열로 변수의 계수들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제5장인 상공장에서는 ‘원뿔의 부피와 외접한 사각뿔의 부피의 비는 그 아랫면인 원의 넓이와 사각형 넓이의 비와 같다.’라는 내용이 있으며, 이는 오늘날의 ‘카발리에리의 원리’로 알려져 있다. 즉 카발리에리의 원리는 ‘두 공간도형을 서로 평행한 평면으로 자른 단면의 넓이의 비가 항상 m : n으로 일정하면, 두 도형의 부피의 비는 m : n이다.’라는 내용이며, 이는 구장산술 제5장에 적시되어 있는 내용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또한, 제1장에는 원주율에 대한 내용이 적시되어 있으며, 구장산술 주해본에서 원주율은 157 / 50, 즉 3.14로 나와 있다. 이것을 구한 방법으로는, 원에 내접하는 정다각형의 변의 길이를 통해 구하였다. 즉 처음에 지름이 1인 원에 내접하는 정육각형의 둘레의 길이를 구하고(그 길이는 3이 된다. 왜냐하면, 정육각형 내부에 정 삼각형 6개를 생성할 수 있으며, 정 삼각형 한 변의 길이가, 원의 반지름, 즉 1 / 2이므로, 따라서, 1 /2*6 = 3 이 된다), 구한 정육각형의 변의 길이를 통해, 원에 내접하는 정 12각형의 둘레의 길이를 구하고 … 이러한 식으로 정 192각형 까지 구해보면, 원주율은 약 98157 / 31250 = 3.141024 와 196419 / 62500 = 3.142704 사이의 값이 된다. 따라서, 구장산술은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게 실용적으로 쓰인 성격이 강한 책으로, 위 둘 값의 소수점 뒤의 자리까지 동일한 값인, 157 / 50, 즉 3.14로 적시한 것이다.
이 구장산술이라는 책은 기원전 약 200년 경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유휘가 쓴, 구장산술의 주해본이 오늘날 알려져 있는 구장산술이다. 이러한 오래전에 쓰인 구장산술에, 피타고라스의 원리, 가우스소거법의 첨가행렬, 카발리에리의 원리, 원주율 등에 대해 쓰여 있다는 점이 매우 놀랍다.
유휘의 시대 다음으로는 알레산드리아에서 주로 활동한, 히파티아라는 인물의 시대에 대해 다룬다. 히피티아라는 인물은 천동설을 지지한 프톨레마이오스가 쓴 알마게스트의 주해본을 집필한 인물이다. 본 챕터에서는 주로 원뿔 곡선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우리가 흔히 아는 원뿔 곡선은 같은 부피의 원뿔 두 개가 꼭짓점을 통해, 마주 보고 있는 형태에서 이러한 원뿔에 자르는 평면의 기울기를 조절함으로써, 원, 타원, 포물선, 쌍곡선이라는 곡선이 생긴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 전에, ‘메나이크모스’라는 인물에 의해, 먼저 원뿔 곡선이 정의되었는데, 그 방식은 하나의 원뿔을 가지고, 꼭지각의 크기가 각각 예각, 직각, 둔각인 원뿔들을 모선에 수직한 평면으로 자르면, 그 형태가, 각각 타원, 포물선, 쌍곡선인 곡선으로 나오는 식이다. 이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중 원뿔에 대한 이차 곡선, 즉 원뿔 곡선이, 아폴로니우스에 의해 정의되었다.
본 책에서는 이러한 원뿔 곡선인 원과 타원, 포물선, 쌍곡선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 설명해나가며, 원은 초점이 해당 중심점에 단 하나 존재하여, 우리가 원을 보면, 초점이 어디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으나, 다른 원뿔 곡선의 경우, 초점이 어디인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 따라서, 그 초점을 알 수 있는 정확한 방식이 아니지만, 그 시대에 최선인 것으로 보이는, 개략적인 방식을 설명한다. 즉 원뿔 곡선 교구를 대고서 아래와 같이, 포물선, 타원, 쌍곡선을 그리고, 곡선의 꼭짓점을 중심으로, 임의의 거리가 떨어진 점과 직선을 그린다. 그리고 난 후, 곡선위에 임의의 점을 찍고, 그 점을 직선과 점에 각각 수선과 선분을 그리고, 그것을 각각 a(=알파)와 b(=베타)라고 할 때, a와 b의 비, 즉 b / a = 1인 경우, 포물선, 그 비가 0보다 크고, 1보다 작으면 타원, 해당 비가 1보다 크면 쌍곡선이다. 즉 각 원뿔 곡선의 꼭짓점을 중심으로, 직선과 점이 떨어진 거리가 같을 경우, 포물선, 점보다 직선이 더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타원, 반대로 직선보다 점이 더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쌍곡선인 것이다. 즉 점과 직선이 가져야 하는 조건들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각 원뿔 곡선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조건에 대해서만 서술하고 있다는 특성이 있다.
흥미로운 내용은 ‘타원의 두 초점이 무한히 멀어지면 포물선이 되고, 무한을 넘어, 반대편에서 초점이 나타나면 쌍곡선이 된다’는 내용이다. 우리의 직관에 따르면, 타원의 한 초점을 고정시키고, 다른 초점을 무한이 멀어지게 해도, 그저 타원일 것으로 생각이 된다. 그러나, 타원의 한 초점이 무한히 멀어진다는 얘기는 결국, 우리의 눈에 그 점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따라서, 타원의 초점이 보이지 않는 한쪽 면을 지우면, 포물선이 된다. 타원의 두 초점이 무한이 멀어져도 여전히 타원일 거라는 생각은 결국 초점이 우리 눈에 보인다고 생각하는 유한성에 근거한다. 따라서, 한 초점이 무한히 멀어지면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그리고 무한을 넘어, 반대편에서 초점이 나타난다는 것에 대해서, 평면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평면에서 두 초점을 무한히 늘려 어떻게 반대편에 나타나게 하겠는가? 그러나 관점을 구면으로 바꾸면, 가능한 얘기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같이, 구면의 경우, 초점이 계속 멀어질 경우, 한 초점의 반대편에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그 모습은 쌍곡선이 된다. 위와 같은 관점으로 타원을 무한대로 늘려, 포물선과 쌍곡선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마지막은 내가 본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은 구절을 남김으로써 끝내려 한다.
“이 큰 원 안에 사는 사람은 저 작은 원 안에 사는 사람보다 자신의 무지를 크게 느낀단다. 자기 눈에 보이는 세상 끝인 이 원둘레 길이가 저 작은 원보다 훨씬 더 크거든.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일궈낸 세계가 커지면 커질수록 마주하게 되는 미지의 영역 또한 더욱 크게 다가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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