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우주를 만지다 by 권재술
본 책은 물리학적 현상과 그에 관한 이론들을 설명해 나가면서, 그러한 물리학적 현상들을 인문학적 현상에 연결지어 해석해나가는 에세이 형식으로 저술되어 있으며, 본 책의 내용들은 저자가 특정 칼럼에 주기적으로 쓴 내용들을 엮은 것으로, 따라서, 각각의 소주제에 관련한 내용들이 비교적 짧다고 할 수 있다. 물리학적 현상을 인문학적 현상에 적용하는 것을 극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 각각의 소주제가 끝날때마다, 저자가 적어내려간 ‘시’를 보면 알 수 있다. 물리학적 현상, 즉 자연현상에 대한 해석을 사회현상에 적용하여, 해석해나간다는 점이 매우 인상깊다. 특히, 열역학 제 2법칙에 관련된, 엔트로피에 관련한 개념과 양자중첩에 관한 현상을 사회현상에 적용한 대목이 나에게는 제일 인상깊었다. 즉 열역학 제 2법칙을 간단히 말하면,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라고 할 수 있다. 즉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비평형 상태에서, 평형상태로 가는 것을 말한다. 뜨거운 물이 아무런 외력이 작용하지 않았을 때, 차가운 상태가 되고, 그 반대 과정은 자발적으로 일어나지 않듯이,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사회현상에 적용할 때, ‘부의 분배’ 과정이 평형상태로 가는,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고, ‘부의 창출’이 비평형상태로 가는, 즉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방향인 것이다. 즉 창출되어진 부는 분배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평형에서 평형상태로 가는 과정에서, 완전한 평형상태가 될 수 없듯이, 즉 평형상태는 죽음을 의미하므로, 창출된 부가 분배된 부 보다 더욱 많아야 한다. 이것을 국가적으로 보면, 국가의 GDP가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하는 것이고, 지구적으로 보면, 전 세계 나라의 GDP 총합이 증가하는 것이다. 물론 위 관점은 장기적으로 봐야 할 것이다. 특정한 변수에 의해, 단기적으로 마이너스 경제 성장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적 관점에서 보면, 경제가 성장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은 옳아보인다. 즉 에어컨으로 인해, 방 안의 엔트로피를 감소시켰으나, 방 밖인, 외부의 엔트로피까지 합치면, 즉 엔트로피의 총합은 증가했기 때문에, 지구적 관점에서의 경제 성장의 총합은 증가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관점, 즉 열역학 제 2법칙을, 사회현상에 적용하여 바라본 관점이 나에겐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또한, 양자 중첩상태에 대해 말하자면, 양자 중첩상태는, 관측하기 전에는, 슈뢰딩거 고양이의 사고 실험에서와 같이, 고양이가 산 상태와 죽은 상태가 중첩된 상태로 존재하나, 관측하는 순간, 고양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에 대한 상태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관측이라는 행위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관측되기 전에는 오로지, 확률로써,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결과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과거, 현재, 미래에 적용하면, 미래는 관측되기 전의 상태의,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태고, 현재는 그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내가 선택하여, 결과가 하나로 귀결된, 즉 관측된 상태이고, 과거는 관측된 상태들의 기록이다. 즉 ‘미래’를 관측하기 전의 여러 가능성들이 중첩된 상태로, ‘현재’를 관측하여, 하나의 결과로 귀결된 상태로, ‘과거’를 관측된 상태들의 기록으로 보는 관점이 대단히 흥미롭다.
본 책에서는 수많은 물리적인 현상, 개념들을 단 하나의 수식없이 매우 쉽게, 누구나 읽어나갈 수 있고, 자연에 대해 더욱 호기심을 품을 수 있게끔 서술되어 있다. 저자가 자연에 대해서 느끼는 호기심이, 독자인 나에게까지, 그대로 전파되어진 느낌이다. 아보가드로의 수를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보가드로 수는 공기 1몰(mole) 내에 존재하는 분자들의 수로, 그 수는 대략 6 x 10^23 정도이다. 이 아보가드로 수 정도가 되면, 우리가 일상에서 관측할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정도가 된다. 즉 이 아보가드로 수는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연결하는, 신비한 수인 셈이다. 이 책을 읽기 전, 아무런 감흥이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아보가드로 수가, 저자의 아보가드로 수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굉장한 호기심이 생기는 수가 되어버렸다. 참 저자의 대단한 능력이라 볼 수 있다. 저자가 느끼는 자연에 대한 경이를 그대로 독자에게 심어주는 것이 말이다.
이외에도 내가 흥미롭게 읽은 내용들은, 사물을 본다는 것의 의미와 진공이라는 공간의 존재와 블랙홀 또한 필멸하는 존재라는 것과 사건의 지평선을 서술해나간 내용들이다. 즉 사물을 본다는 것은, 사물에 반사된 빛이, 우리 눈의 동공에 들어가, 망막에 거꾸로 된 상을 맺히게 하고, 그리고 이 상이 시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되어, 뇌신경 세포들이 이 정보를 분석하여, 바로 선 상으로 바꾼 모습이, 우리가 본 사물이다. 즉 우리가 사물을 본다는 것은 이러한 필터링 과정을 거친 것으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닌, 사물에 반사된 빛과 망막의 자극이 만들어낸 전기적 신호와 그리고 이 전기적 신호의 분석이라는 필터링 과정을 거친 후 보여지게 되는 것이다. 즉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가 없고, 이러한 필터링 과정을 거친 후에 보게 되는, 그러한 사물을 본다는 것이다.
진공이라는 상태는 흔히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고 생각할 것이다. 즉 ‘원자조차도 없는 상태’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진공이 사실은 수많은 입자와 반입자들의 요동이라는 것이다. 즉 전기가 존재한다는 것은, +전기와 -전기 중 특정 전하의 양이 많아, 두 전기가 비대칭을 이룸으로써, 전기가 띠는 것이다. 즉 만약에 +전기와 -전기가 동일한 전하량을 가지게 된다면, 결국 전하량의 총합은 0이 되어, 전기가 ‘없다’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러한 관계와 같이, 입자가 존재하면, 그에 상반된 반입자가 반드시 존재하는데, 이러한 입자와 반입자가 짧은 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공간이 진공이라는 상태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즉 진공이라는 공간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 아닌, 입자와 반입자의 수많은 요동이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블랙홀이라는 존재, 그 존재는 ‘흑체’이다. 즉 빛을 반사하지 않고, 모든 빛을 흡수하는 물체인 것이다. 하지만, 빛을 계속 흡수함으로 인해, 온도가 올라가고, 특정한 온도가 될 때, 특정한 색깔의 빛을 띤다. 즉 파장에 따른 빛을 띤다. 이러한 현상이 블랙홀에도 발생하는데, 이 복사되는 빛을, 이 현상을 발견한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이름을 따, ‘호킹 복사’라 한다. 즉 블랙홀에서도, 빛이 전파되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전파되는 양은 블랙홀 질량에 반비례한다. 블랙홀은 아주 강한 중력을 작용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질량이 매우 커야 한다. 따라서, 블랙홀에서 복사되는 빛의 양은 매우 작다. 그러나, 복사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호킹 복사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블랙홀의 에너지가 쓰인다는 것이고, 이는 에너지-질량 등가원리에 따라, 에너지가 쓰인다는 것은, 질량이 쓰인다는 것과 동일하다. 따라서, 호킹복사가 계속 진행됨에 따라, 블랙홀의 질량은 작아질 것이고, 그럴수록, 질량과 반비례 관계에 있는, 호킹복사량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따라서, 블랙홀도 결국에는, 인간과 같이, 반드시 멸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블랙홀을 관측한다는 것의 의미, 즉 블랙홀을 관측한다는 것은 사건의 지평선을 관측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에서 빛이 들어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 경계선을 말하는데, 빛이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서, 빨려들어가기전, 강한 복사파를 내보내는데, 이로 인해, 우리가 그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러한 지평선을 설명하며, 저자는 인문학적으로도 접근하는데, 즉 수평선 너머에 있는 바다를 볼 수 없고, 지평선 너머에 있는 땅을 볼 수 없고, 우주의 지평선 너머의 우주를 볼 수 없고, 사건의 지평선 너머의 블랙홀을 볼 수 없듯이, 한 사람의 지평선 너머의 그 사람을 알 수 없다는 비유가 참으로 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알 수 있는 특정한 한 사람의 지평선 안쪽과, 우리가 알 수 없고, 오로지 그 자신만 아는, ‘지평선 너머’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