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스파이의 생각법 by 존 브래독
본 책은 미국의 정보기관인 CIA에서 첩보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저자가, 자신의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겪은 사례들을 엮어, 첩보원이 어떠한 사고과정을 거치는지, 전략은 어떻게 수립해 나가는지 등에 대해서 다룬다.
첩보원은 보통 자료 수집 -> 분석 -> 결정 -> 실행이라는 사고과정을 거친다. 잠재적 위험 요소가 실제적 위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특정 국가에 머물면서, 일반인과 동일한 행색과 신분으로 해당 국가의 제보자에게서 잠재적 위험 요소에 관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그것을 분석하고, 그 분석한 자료들을 의사 결정을 하는 정부 기관으로 보내고, 해당 정부기관에서 의사결정이 내려지면, 전시 시에는 군인이, 평화 시에는 외교관이, 냉전 시에는 둘 다, 그리고 첩보원이 해당 의사결정을 실행하게 된다. 그리고 효과적으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역추론‘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즉 현재시점부터, 미래의 목표 지점을 생각하고, 그로부터, 역으로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서 유추해 나가는 것이다. 즉 상대의 생각을 알기 위해서는, 상대가 어떤 게임을 원하는지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고, 이러한 게임, 즉 모든 상호작용은 일종의 게임이고, 이러한 게임의 종류는 3가지, 즉 제로섬, 네거티브섬, 포지티브섬이 있다. 즉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엔드게임‘을 상상하고, 그로부터, 역추론해나가야 한다. 즉 상대국의 엔드게임이 예측이 되면, 상대국의 동맹국과 적국은 누구인지, 상대국이 엔드게임을 달성하기 위해 원하는 사람, 장소, 자원은 무엇인지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첩보원의 엔드게임은, 사람, 장소, 자원을 보호하는 것이고, 그리고 이 엔드게임을 위해, 역으로 추론해, 전략을 세워나간다.
빈 라덴의 예를 들어보자. 빈 라덴이라는 인물은 2001년 미국에서 일어난 9.11 테러의 주동 세력인 알 카에다의 핵심적 인물이다. 그가 왜 미국이라는 강대국을 골라, 테러를 일으켰는지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그의 엔드게임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한다. 그의 엔드게임은, ‘칼리파 국가의 재건과 더 나아가 자신이 이슬람 공동체의 최고 권력자인인 ’칼리파‘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 장소, 자원이 필요하다. 빈 라덴이 자신의 엔드게임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로 한 사람은 이슬람교의 신앙 공동체인 ‘움마’와 이슬람 신도들, 그리고 장소로는 중동이며, 특히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이며, 자원은 움마를 먹여 살리는 자원인, 중동의 자원이다. 빈 라덴이 이러한 엔드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이슬람 공동체의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자원을 소유하고 있는 아랍 통치자들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힘을 약화시키고 자신의 힘을 강화시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 당시 중동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었고, 빈 라덴 자신은 칼리파 국가의 건설뿐만이 아닌, 칼리파 국가 내에서 자신이 칼리파가 되는 것이 자신의 엔드게임임으로, 자신의 입지를 이슬람 세력 내에서 공고히 해야만 하고,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업적’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동과 동맹국이면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 사우디 국적의 자살 테러범들을 이용하여, 미국에 테러를 일으켰다. 이러한 테러의 효과는 대단히 컸다. 미국과 중동의 동맹 관계는 약화되었고, 미국의 팍스아메리카나로써의 지도력에 대해 동맹국들이 의심을 품게 되었고, 따라서 이로 인해, 빈 라덴의 알 카에다에서의 입지뿐만이 아닌, 이슬람 내에서의 입지도 대단히 공고해지게 된다. 즉 자신의 엔드게임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셈이다.
그러나 9.11테러가 일어난 뒤인 약 10년 동안 빈 라덴은 미국을 공격하거나, 테러를 하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빈 라덴 자신의 엔드게임은 칼리파 국가의 건설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칼리파가 되는 것에 있기 때문에, 칼리파 국가가 건설된다고 해도, 칼리파가 되고자 하는 수많은 경쟁자가 존재함으로, 이러한 경쟁, 즉 보스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특별한 업적‘이 필요하다. 쇼핑몰, 경기장 테러와 같은 테러는 비용이 적게 들고 어렵지 않게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그러한 테러는 ’특별한 업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9.11 테러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즉 9.11 테러 정도의 특별한 업적을 쌓기 위해서는, 앞선 행위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진 행위를 해야만 한다. 그 행위는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신들의 엔드게임을 강화해 나가고, 빈 라덴의 엔드게임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전술을 펼쳐나간다. 물론 그 전술에 대해서는 기밀이기에 알 수가 없다. 단지 그 방향성은 미국이 팍스아메리카나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방향과 빈 라덴이 알 카에다에서의 지도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전술을 펼쳐나갔음을 예측해 볼 수 있을 뿐이다.
10년이 지난, 2011년, 미국의 레이더에 빈 라덴의 위치가 포착이 되고, 따라서, 미국의 특수부대에 의해, 빈 라덴은 사살되게 된다. 그로써, 그의 엔드게임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빈 라덴이라는 존재가 사라져도, 중동내에서 칼리파 국가를 건설하고자 하는 세력은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칼리파 국가를 재건하고자 하는 주동 세력이 생기게 되는데, 그 주동 세력은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무장단체인 ISIS이다. ISIS는 빈 라덴의 전략과는 다른 방향으로 칼리파 국가를 건설해 나가기 위한 엔드게임을 실행해나가고 있다.
즉 상대의 생각, 전략을 알기위해서는 이러한 상대의 엔드게임을 알고, 그로부터 역추론을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제로섬 게임에서 이기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제로섬 게임이 포지티브섬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2016년에서 2017년까지 이어진 한국의 촛불 집회세력과 박근혜 정권의 제로섬게임이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이어진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즉 제로섬 게임은 승자가 존재하면 패자가 존재하여, 승자와 패자의 이득과 손실의 합은 0가 된다. 즉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는 게 제로섬 게임이다. 2016년 당시 박근혜 정권은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승리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촛불 시위 세력을 무력화시켜야만 한다. 촛불 시위 세력에게 있어 제로섬 게임은 자신들이 그 당시 정권을 내려 앉히고, 자신들이 그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부터 촛불 시위 세력의 목적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었다. 즉 그들의 목적은 포지티브섬 게임인 것이다. 애초부터 자신들이 권력을 장악하는, 즉 그 당시의 한국의 사람, 장소, 시간을 장악할 목적이 없었다. 단지, 한국이라는 사람, 장소, 시간은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국가 운영의 최고 권력자의 교체만이 주 목적이였다. 따라서 이러한 포지티브섬 게임을 하는 것이 제로섬 게임에서 이기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이러한 전략을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적용해 볼 수 있다. 푸틴이라는 인물은 KGB라는 러시아의 정보기관에서 첩보원으로 독일에서 활동한 경력이 존재한다. 즉 그 또한, 첩보원과 같은 사고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엔드게임을 명확히 알고 있으며, 그로부터 역추적해나가, 자신의 동맹과 적국이 누구인지 판단해나가고, 그로부터 사고와 판단을 하여, 행동을 해나갈 것이다.
푸틴이라는 인물은 소련의 붕괴를 직접 목격한 장본인이다. 따라서, 그는 과거 소련시절의 영광에 대해 매우 그리워 하고 있음을 그의 과거 발언과 배경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럼으로써, 그의 엔드게임이, ‘소련시절의 영광을 되찾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러한 푸틴의 엔드게임을 달성하기 위해서, 푸틴은 소련시절의 사람, 장소, 자원을 얻고자 할 것이다. 즉 소련으로부터 독립된 나라의 사람, 장소, 자원을 원할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대상이 우크라이나 인 것이다.
자신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함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동맹국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의 반응이 어떨지에 대해서, 그는 분명히 생각해 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동맹국에 대해서도 말이다. 과연 그가 자신의 엔드게임을 달성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사람, 장소, 자원을 어떻게 획득해나갈 것인지는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아야 할 포인트 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세운 전략대로 방향이 흘러가지 않을 때, 그가 자신의 엔드게임 달성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또한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